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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빵이의 책 이야기

경영학의 진리체계 / 윤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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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의 진리체계 / 윤석철

현대 경영학을 생물, 그리고 인간이 지금까지 격렬한 자연 속에서 살아남은 - 살아온이 아니라 살아남은 - 약육강식의 생존법칙을 통해 해석한다.

'생은 명령이다'라는 말처럼 생명을 부여받은 모든 존재는 아무리 힘들어도 살아가야 한다는 이야기처럼, 생은 사느냐 죽느냐의 존재가 아니라 어떻게 살 것이냐가 문제, 즉 다른 생물, 그리고 인간과의 투쟁에서 살아남아야만 하는 진화론적 입장과 자연계의 생존원리를 통해 경제학을 멋지게 풀어간다. 책. 재미있다!


ㅇ. 세상에 태어난 것을 이유로 피해보상을 청구할 수 없다.


ㅇ. 인생이 살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
'삶의 세계를 논리적 통일성을 가지고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 칼 야스퍼스
'세계는 고뇌하는 인간에게 아무것도 줄 것이 없다' - 마틴 하이데거

'인간이 자살한다는 것은 인생이 살만한 가치가 없다는 것을 고백하는 일' - 까뮤
부조리를 인식한 인간은 자살을 택하든지, 아니면 그리스 신화 속의 시지프스처럼 반항과 자유와 열정의 삶을 살아갈 수 밖에 없다.

까뮤에 의하면 반항은 한계상황에서의 항복이 아니라, 한계상황에서의 지속을 의미하며, 자유는 삶의 순수한 불꽃 이외의 모든 것에 대한 무관심, 즉 정신의 자유를 의미한다. 또 까뮤에 의하면 열정은 주어진 모든 것을 필사적으로 불태우며 최대한으로 성실하게 살려는 노력을 의미한다.

한자 문화권에서는 생명(生命)이란 단어가 '생(生)은 명령(命令)이다'에서 왔다고 한다. 생명을 부여받은 모든 존재는 아무리 힘들어도 살아가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문제는 생존경쟁의 리얼리즘 속을 살아가는 참된 방법론은 무엇인가에 있다. '사느냐 죽느냐'의 선택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살 것이냐'를 탐구해야 한다.


ㅇ. 생존경쟁에서 황무지의 의미
생존경쟁이 치열한 기존의 세계를 떠나서 새로운 삶의 세계를 개척한 종은 진화의 역사에서 가장 앞서가는 선두주자가 되었다. 진화의 역사는 곧 삶의 역사이고, 역사는 오늘날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과당경쟁을 뒤로 하고 경쟁이 없는 황무지를 새로운 삶의 터전으로 개척하는 생존전략은 오늘날에도 가장 현명한 삶의 방식인 것 같다.


ㅇ. 남들이 안 간 길 (The Road Not Taken)

개척정신(frontierism) vs 나도 남들처럼 (me-too-ism)
과거 우리나라 기업들은 경쟁기업이 공장을 확장하면 나도 확장하고, 경쟁기업이 신규분야에 진출하면 나도 진출함으로써 '나도 남들처럼'을 표방하다가 결국 과잉투자, 과잉경쟁으로 IMF 경제위기를 맞았다. '남들이 덜 택한 길'을 선택하여 그 분야에서 세계적인 업적을 이룩한 케이스는 개인의 인생, 기업경영 등 모든 영역에서 찾아볼 수 있다.


ㅇ. '좋아한다'의 의미 - 매력의 힘

1965년도에 나혼 쉐난도(Shenandoah)라는 영화가 있다. 이 영화에서는 'Love'와 'Like'라는 말이 엄격히 구별되고 있다.
Anderson씨의 딸 Jennie를 사랑하는 Sam이 Anderson씨에게 결혼을 허락해 달라고 이야기한다. Anderson씨가 '왜 제니와 결혼하려 하는가?'라고 묻자, 청년은 '제니를 사랑하기 때문입니다'라고 대답한다. 그러자 Anderson씨는 '그것은 충분한 이유가 못돼'라고 답한다. 당황해하는 Sam에게 Anderson씨는 '사랑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은 다르지 (There is some difference between loving and liking)'이라며 그의 인생철학을 설명한다.
'어떤 여자를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사랑하게 되면 하룻밤을 지내는 일도 지겹고 싸늘하게 느껴지는거야. (When you love a woman without liking her, a night can be long and cold!), 그런 밤을 지내고 나면 이튿날 아침에는 경멸만 남지 (... and contempt comes up with the sun)' 하면서 Anderson씨는 사랑한다기보다는 좋아한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바다에서 풍랑을 만나 어느 난파선에서 살아남은 한 쌍의 남녀가 절해의 고도에 표류해 왔다고 생각해 보자. 시간이 가면서 이 둘은 서로 사랑하게 될 것이다. 남녀간의 사랑이란 극히 자연발생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남자와 여자는 정신적, 육체적 모든 면에서 서로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사라응로 출발한 남녀가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를 좋아하게 되느냐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가 된다. 좋아할 수 있는 조건이 사랑할 수 있는 조건보다 더 어렵다는 말이다.

좋아할 수 있게 하는 요소는 사랑할 수 있게하는 요소보다 더 복잡하고 차원이 높다.
인간사회에는 총칼(권력)의 힘, 돈(경제)의 힘, 지식의 힘 등 몇가지 유형의 힘이 존재한다. 그러나 인간사회에서 가장 기본적인 힘은 '좋아서 끌리는 힘', 즉 매력일 것이다. 우리는 배반, 혹은 배신하는 사람을 나쁘다고 말한다. 그러나 배반을 당한 사람에게도 책임은 있다. 떠나려는 사람을 붙잡을 만한 자기매력을 유지하지 못한 것은 배신당한 사람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모든 인간은 자기매력의 책임자가 되어야 한다.

외면세계에서 내면세계에 이르기까지 자기의 매력은 자기가 책임져야 한다. 남이 자기를 무작정 좋아해 주기만을 바라는 것은 자연계의 생존원리에도 맞지 않는다. 동물의 세계에서는 물론 식물의 세계에서도 자기가 필요로 하는 상대방을 끌기 위해 각 생명체가 벌이는 노력은 자연계의 절실한 리얼리즘이다.


ㅇ. 낮은 곳으로 임하라.

타인의 필요, 아픔, 기호에 대한 감수성을 기르려면 우선 오만에서 벗어나야 한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착각 속에서 살기 쉽다. 오만에 가득 차 있는 사람도 자기 자신은 겸허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이런 착각에서 벗어나려면 '낮은 곳으로 임하라'는 어느 종교의 가르침에 귀를 귀울여야 한다.

고층건물 속의 호화로운 사무실, 고급승용차의 검은 유리창 속에서 가진 자의 오만 속에 사는 사람이 일반소비대중의 필요, 아픔, 정서를 느끼기는 어려울 것이다. 일반 대중과 먼 거리를 유지하는 최고경영자가 최후의 결정권을 행사하는 회사에서 진정 소비자의 필요와 아픔, 정서에 일치하는 상품이 나올 수 있을까?


ㅇ. 창조의 원점에는 주제가 있다.

경제규모 세계 12위라는 자만에 빠진 우리는 1980년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주제를 상실하기 시작했다. 정치가들은 경제논리보다는 정치논리로, 국민은 근검보다 과잉소비로, 기업은 내실보다 외형과시로, 노동조합은 생산성을 무시한 임금인상으로 질주하면서 과연 무엇이 우리의 주제인지를 상실한 채로 18년을 지냈다. 헤겔이 그의 역사철학에서 사용한 용어를 빌면 이것은 시대정신(Zeitgeist)의 상실이었고, 그 결과 우리는 IMF 구제금융 위기를 맞았는지 모른다.


ㅇ. 기술에 의한 푸쉬와 수요에 의한 풀

세계역사를 보면 다른 나라의 지배를 받으면서도 우리처럼 독립운동을 시대적 주제로 삼고 투쟁한 나라가 많지 않다. 이런 사실로 보면 우리 민족이 독립정신에 있어서는 특히 주제 지향적인 듯 싶다. 그러나 관광상품을 파는 상점을 다녀보면 경제우세 파는 것이나 부여에서 파는 것이나 대동소이하다. 상품개발에서는 우리 민족의 주제의식이 약한 것일까?

아기에게 옳은 것(Right things to babies)라는 거버(Gerber)사의 주제, 벽 없는 경영이라는 GE의 주제는 그들의 경쟁력을 세계 정상에 올려놓는데 분명 일조했을 것이다.


ㅇ. 확률이론을 사용하는 위험관리

기업은 영속적 존재(going concern)이므로 기업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대수의 법칙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열심히 정보를 수집하여 합리적 분석을 내리는 경영자가 중시되어야 한다. 실제의 기업경영, 정치, 군사, 스포츠 등 모든 분야에서 의미있는 업적을 이룬 인물들은 '행운에 대한 기대'를 포기한 사람들이다.
1970년대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을 대학축구의 명문으로 이끌어온 감독 우디 헤이즈(Woody Hayes)는 '나는 어느 것도 운에 맡기지 않는다(I leave nothing to chances)라고 말했다.


ㅇ. 조직의 딜레마

전체조직의 입장에서 본 최적을 '전체죄적(total optimum)'이라 하고, 전체조직 속의 어느 부분 조직의 입장에서 본 최적을 '부분최적(partial optimum)'이라고 정의하자.
=> 전체최적은 부분최적의 양보, 또는 희생에 의하여 달성될 수 있을 뿐이다.

단기최적과 장기최적 역시 마찬가지이다. (Short-term Optimization vs Long-term Optimization) 조직의 지도자는 결국 공간차원에서의 전체최적과 부분최적 사이의 갈등, 시간차원에서의 장기최적과 단기최적 사이의 갈등을 조정하는 일을 주요 사명으로 해야 한다.


ㅇ. 3대 불가항력 속의 인간.

1. 인간이 자기탄생의 시간차원(시대)과 공간차원(장소), 그리고 인간차원(핏줄)을 선택하지 못한다는데 있다.
2. 인간이 자신의 능력을 선택하지 못한다. 모든 인간이 평등하게 태어났다는 외침은 법과 제도 차원에서 불평들을 제거하기 위한 슬로건에 불과하다.
3. 시간의 흐름 위헤 나타나는 불확실성이 있다. 언제 어디서든 나타날 수 있는 불확실성 (지진.수해. 전쟁 등) 속에 있는 인간이 '내 노력의 당연한 대가로 오늘의 내가 이렇게 존재한다'고 생각한다면 오만이다.


ㅇ. 리더십의 역사적 변천

농경시대의 가장 중요한 생산요소는 토지였고, 그것을 보유한 지주들이 그 시대의 부를 독점했다.
17세기 산업혁명의 시대에는 기계, 공장, 생산설비같은 산업자본이 주요 생산요소였으며, 자본가들이 부의 진영을 형성했다.
19세기 후반부터 기술이 발달하면서 기술을 개발한 개인과 기업이 부의 대열에 합류했다. (지멘스, 에디슨, 벨 등)
20세기 후반부터는 기술보다 더 넓은 개념인 지식이 주요 생산요소로 부상하면서 경쟁력의 원천을 형성하게 되었다.
코카콜라나 맥도날드처럼 고급기술 없이도 세계적 규모로 성장하는 지식기반(knowledge-based)기업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여기서 지식이란 인간과 조직을 이해하고 시장(market)과 환경변화를 읽어서, 수익성 있는 사업을 설계하고 전개하는 능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

기술이나 지식이 오늘날에도 경쟁력의 주원천이지만 이들은 모두 사람에게서 나온다. 따라서 기업의 경쟁력은 결국 사람, 즉 조직구성원들에게서 나온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1970년대 중반부터 20년간에 걸쳐서 미국에서 주식수익율 기준으로 가장 우수한 업적을 올린 기업들은 Southwest Airline, Walmart, Tyson Foods, Circuit City, Plenum Publishing 순이다.
이들 5개 회사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이들은 남이 가지지 않은 특허 혹은 높은 진입장벽을 가진 회사들이 아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고용관계를 중시하는 경영철학과 조직문화에 있었다. 이들은 사람을 대체할 수 있는(replaceable) 부품, 혹은 최소화해야 할 코스트로 보지 않고 '기업의 성공은 사람을 통하여 성취된다'는 경영이념과 그 실천을 위한 조직문화를 구축한 회사들이다.
이들 회사가 주로 사용하는 인사관리 기법은 주로 안정된 고용보장, 채용시 신중한 선발, 좋은 보수, 성과에 따른 보상, 사원지주제, 정보의 공유, 참여와 권한이양, 자율적 팀제, 연수 및 기능훈련, 부문간 인사교류, 상징적 평등주의, 임금격차의 폭 축소, 내부로부터의 승진 등이다.

조직의 이념과 비전을 세기하고, 그 실현을 위해 필요한 조직문화를 구축하는 일은 리더십을 필요로 한다. 1990년대 이후 정보화 시대가 되고, 정보의 창출, 공유 및 활용이 경쟁력의 원천이 되면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아이디어는 일선현장에서 올라왛야 한다. 이렇게 되려면 과거의 (top-down)식 리더십 패러다임은 새 시대에 맞게 변해야 한다. 2001년도 국제리더십학회에서는 아랫사람을 섬기는 리더 (servant leader)의 역할이 강조되었다.

즉 '훌륭한 지도자란 본질적으로 아랫사람을 섬기는 하인이다.' 이제 권위주의적 리더의 시대가 가고, 아랫사람을 도와주고 섬겨야 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대가 온 것이다.


ㅇ. 조직의 응집력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는가

인간은 이상을 추구하는 본성을 가진 존재이다. 그래서 드높은 이상을 체화 시킨 이념은 사람을 끄는 매력을 발휘한다.

개인 혹은 조직의 완성도는 그들이 정립한 이념의 수준에 의해 평가될 수 있다. (완성도 / the degree of perfection)
조직구성원들의 응집력은 지도자의 인간적 매력에서 오고, 매력은 그가 추구하는 이념의 함수라는 사실이다.


ㅇ. 창조적 소수의 과오 / 지도자의 함정

한 때 조직을 성공적으로 이끈 창조적 소수가 세월이 흐르면서 조직을 망치는 경우를 우리는 많이 알고 있다.
과거에 한 번 성공한 사람이 자기 능력과 방법로을 우상화하는 과오 때문에 창조적 소수가 실패한다. 과거의 성공으로 인해 교만해지고, 추종자에게 복종만을 요구하며, 인의 장막에 둘러싸여 지적, 도덕적 균형을 상실하고 가능과 불가능에 대한 판단력까지 잃는 현상을 Hubris라고 한다.

1965년부터 1995년까지 Fortune 500에 올랐던 기업 중, 30년이상 성과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지속시킨 기업은 11개사에 불과했는데, 이 11개사의 공통점은 지도자가 강력한 추진력을 가지면서도 겸손하고, 자기반성 성향을 강하게 가지는 인물이었다는데 있다.

'나는 의심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데카르트의 철학에서 의심이란 남을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자신의 생각을 의심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