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번째 서울 억새 축제에 다녀왔습니다.
'축제'라는 것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기 때문에
한가하고 여유롭게 바람부는 소리,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 흙길 밟는 소리를 좋아하는 저와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단어이긴 합니다.
다만, 딱 이맘 때에만 가보고 싶었던 장소를 가보고 싶은 시간에 갈 수 있다면 도리가 없지요. ^^
하늘공원은 해가 지면 들어갈 수 없거든요.
10월 12일부터 10월 21일(일)까지 진행하고요.
평일에는 한가한 듯 싶은데, 불꽃축제와 겹쳐서 그런지 제가 갔던 주말에는 사람이 바글바글 하더군요.
저처럼 하늘공원에서 억새풀 구경하며 불꽃 즐기기라는 목적을 꿈꾸고 오신 분들이 많았나봅니다.
291개의 하늘계단을 청사초롱으로 밝혀놓았답니다.
원래 야간 조명시설이 없는 곳이니, 축제삼아 조명삼아 형광등으로 만든 청사초롱이지만 나름 운치가 있지요.
저 계단은 내려올 때 사용하고, 올라가는 길은 빙빙빙빙 돌아 옆길로 가야 하지요. 20분 넘게 걸어요. 잠깐 등산. ^^
요거이 청사초롱입니다. 형광등인데 나름 쓸만하죠? ^^
생각으로 갔건만, 어림없네요. ^^
환산 82mm 렌즈로 찍기에는 역부족. 눈으로 보기에도 역부족. 나름 '쬐끔' 예쁘기는 했습니다만.
찍는 게 무리다 싶어서 눈으로 지켜보려고 했건만, 자꾸 카메라로 손이 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요즘은 카메라에서 손을 떼려고, 일부러 가져갈까 말까 고민했거든요.
억새풀 사이에 숨어서 나잡아봐라~ 놀이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지요.
이런 조명. 저런 조명. 요런 조명. 들입니다.
바람이 살짝 불어서, 셔터스피드를 좀 늘려봤으면 재미있는 풍경이 나왔을텐데 아쉽습니다. ^^
제가 가진 트라이포드는 F3에 모터드라이브 달고, 메츠까지 붙인 무게를 고려한 녀석이라서,
그거 들고 하늘공원 가면. 그냥 죽음. >_<
아, 이 커플 눈 앞에서 되게 거슬립니다. 언제가냐, 언제가냐를 중얼대다가... 안가길래 풍경삼아 담았지요.
둘이 서로 사진 찍어주는 모습이 예쁩니다.
하늘공원에 왔음을 자랑(?)질하는 인증 샷.
카메라를 들면 생각이 없어져서 찍는데 몰두하는 통에, 막차시간이 다가옴에도 느긋(?)하게 찍었답니다.
카메라를 손에서 놓은 것은 그런 부작용(?) 때문이었는데, 사진 찍는 실력은 줄었으되... 그 행동은 그대로네요. ^^
불꽃놀이의 터지는 폭죽을 구경하기보다 카메라를 눈에 대기 바쁘고...
한강 야경을 느긋하게 바라볼 시간에 어떻게 하면 사진과 풍경이 비슷하게 나올까 고민하고...
억새풀과 바람을 느껴볼 시간에 어떻게 하면 이런 조명 아래서 적당한 사진이 나올까 생각하고...
카메라를 쳐다보느라 함께 하는 사람들과 담소를 나눌 시간이 줄어들고...
옛날에도 마찬가지였지요.
학교 축제에 자우림의 김윤아가 와서 다들 광란에 빠졌을 때 저는 스피커 위와 옥상,
무대 위를 뛰어다니며 땀을 뻘뻘 흘리고,
고대와 연대의 대학농구가 가장 인기있던 시절, 선수들의 숨소리까지 들리는 코트 바로 앞에까지
내려가서 카메라를 쥐고 있고,
산자락에 누워 살랑거리는 봄바람을 느끼기보다, 어떻게 하면 멋진 풍경사진을 찍을까 고민했고...
그래서 내려두었던 카메라였는데... 또 내려놓아야 할까봅니다. ^^
덕분에, 신나게 뛰어서 용산역에서 대전가는 막차를 탔는데...
아뿔싸. 불꽃축제 보러 지방에서 올라온 쌍쌍 커플들이 얼마나 많은지... 입.석.만 남았더군요.
T-T 힘들게시리. 툴툴.
그래도, 바쁘게 돌아봤지만.
바나나우유와 샌드위치.
시간과. 공간.
억새 흔들리는 소리를 타고 들려오는 안치현의 짚시여인.
모두 다 좋았답니다.
한가하게, 시간을 만들어서.
억새와 밤바람을 느껴보러 다시 한 번 가봐야겠습니다.
화영 드림
억새축제는 21일 까지랍니다. ^^ 밤 9시까지 입장하고, 10시에는 나와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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